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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제목 철원 고석정 꽃밭 & 한탄강 주상절리길 등록일 26.10.05 조회 10

새벽 5시, 어둠이 깔린 아파트를 나선다.
호출한 택시를 타고 출발지인 하나은행 앞으로 향하는 길, 마음은 이미 설렘으로 가득 차오른다.
'독서는 눈으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라고 했던가.
몇 년 전부터 SNS에 꾸준히 올라오던 '철원 고석정 꽃밭'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마음속 버킷리스트에 저장해 두고 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2026년 10월 4일, 그 오랜 기다림이 이루는지는 날이 왔다.

집에서 고석정 꽃밭까지의 거리는 무려 355km. 여행자클럽 리무진 버스는 시내 경유지 몇 곳을 거친 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또 북쪽으로 달렸다.
5시간을 부지런히 달린 끝에 마침내 철원 땅에 진입했다.
관광버스의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을 보니
목적지에 거의 다 왔음이 느낄 수 있다.
주차 후 황현지 가이드님의 안내를 받으며 매표소로 향했다.
오전 10시 반, 그리 늦지 않은 시간임에도 입구는 이미 삼삼오오 모여든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다들 사진으로만 보던 화려한 꽃밭을 직접 만날 생각에 설레는 총총걸음으로 인파 속을 거닐고 있었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춤을 추는, 그야말로 완벽한 가을 날씨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외쳤다. “야호! 정말 날짜 한 번 기가 막히게 잘 잡았구나!”
후문을 통해 드디어 입장한 순간, 광활하게 펼쳐진 꽃밭을 보자마자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명불허전,
역시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던 드넓은 꽃밭을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지난여름 북해도 비에이 지역의 '사계채 언덕'을 보며
'우리나라도 이런 멋진 관광지가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그곳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화려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깊은 감동이 밀려왔다.
맨드라미, 코스모스, 천일홍, 백일홍, 가우라, 핑크뮬리, 댑싸리 등
다채로운 가을꽃들이 저마다의 빛깔로 만발해 있었다.
우리 철원 군민들의 정성과 집념이 만들어낸 이 창조의 공간에서 온몸으로 황홀감을 만끽했다.

오전 일정을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우리 일행은 다음 코스인 한탄강 주상절리길로 향했다.
오늘 걷는 코스는 순담게이트에서 드리니게이트까지 이어지는 3.6km의 잔도길이다.
한탄강 물줄기를 따라 병풍처럼 깎아지른 절벽과 폭포가 어우러진 경관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잔도길 구간 곳곳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한탄강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담기에 충분했다.
황현지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니 이곳 한탄강 주상절리는 약 54만 년에서 12만 년 전,
북한 평강 오리산에서 분출한 화산 용암이 흘러내려 쌓인 뒤
오랜 세월 강물에 깎여 만들어진 거대한 현무암 지형이라고 한다.
북한 땅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흐르는 청록색의 강물과 신비로운 자연환경을 감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닿아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먼 거리를 달려 마주한 철원 땅.
그곳이 품은 고석정 꽃밭과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기대 이상으로 대만족이었다.
몸은 조금 피곤할지라도 마음만큼은 더없이 풍요롭고 행복한 하루였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 먼 거리를, 피곤함마저 잊은 채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그것은 '향기'였다.

사람은
향기를 쫓는 나그네
어머니의 품 향기를
이성의 설레는 향기를
돈과 세속의 향기를
들꽃의 아련한 향기를
마침내
하늘의 향기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난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을 찾아내고 정성껏 안내해 주신 대구여행자클럽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긴 하루 동안 지친 기색 없이 우리를 향기로운 여정으로 이끌어 주신
황현지 가이드님께도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