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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의심 많은 아저씨와 노란 병아리, 그리고 동해 바다 | 등록일 | 26.10.11 | 조회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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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원래 후기 따위는 쓰지 않는 인간임을 서두에 미리 밝혀 둔다.
말수 극히 적고, 의심 많고, 확실해야 하고, 정확해야 직성이 풀리는 전형적인 반도의 50대 아저씨 되시겠다. 그런 인간이 자신의 탄생일을 기념하여 올해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버스 패키지여행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사실 전날 생일빵을 핑계로 음주가 과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머리는 무겁고 몸은 천근만근이다. 이불 속에서 인생의 여러 선택을 후회하며 여행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숙원 사업 아닌가. 기차도 타고, 바다도 보고, 그 지역의 대표 먹거리도 먹어 보는 것. 그저 잘 보고, 잘 먹고, 무사히 돌아오면 그만이다. 여섯시 정각. 만났다. 가이드 스몰 토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것을 보니 이런 버스 투어의 장단점을 제법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여행사 로고가 박힌 노란색 점퍼가 인상적이라 "노란 점퍼가 참 좋아 보이네요." 했다. 내가 돌아오는 대답이 명쾌하다. "눈에 잘 띄는 게 장점이자 단점 이죠 헤헤."한다. 복장의 멋스러움을 과감히 포기 먹고 여행객들의 눈에 잘 띄는 것을 선택. 매우 합리적이시네. 전체적으로 머랄까 통통한 병아리 같다. 마이크 들고 멘트 한다. 중요한 사항만 골라 또박또박 전달한다. 안전 강조, 시간 엄수, 냄새 사절, 타인에게 민폐 끼치지 말 것. 이거 핵심이다. 구구절절 쓰잘데기 없는 멘트도 없고, 분위기를 띄우는 애잔함 없다 군더더기 없다.
바쁘지 않았다는 점, 사람이 바빠지면 일을 그르친다 우리 살아봐서 안다. 바쁘면 까먹고, 바쁘니까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쉽고, 거기다 바쁘면 인상돌아가고 결국 불친절로 귀결 된다는 것. 서두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느릿느릿한 것도 아니다.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면서도 여유가 있다. 그러니 여행객도 덩달아 마음이 편해진다. 무려 기분까지 좋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동해 바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바다는 옥빛에다 저 끝으로 반짝반짝 은빛, 남해나 서해와는 사뭇 다르다. 뭔가 장대하고 시원시원하다. 딱 벌어진 어깨를 가진 듬직한 큰 형 같은. 사진찍기를 좋아라 하니 나는 벙글벙글 신이 나셨다. 그리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런 바다를 보려고 그 무거운 몸을 이끌고 새벽부터 나섰던 모양이다. 이어서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논골담길 골목 투어. 골목길을 걷고, 바다를 내려다보고, 낯선 동네의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다음 추암 촛대바위. 이름이 영 마음에 걸린다. 촛대바위라 함은 군대 시절의 아련한 기억이 오버랩 되는 것이다. 군화발에 정강이 촛대뼈를 까여 본 사람은 안다. 뼈를 타고 올라오는 그 짜릿한 통증. 눈앞에 별이 보이고, 관등성명이 튀고 그 촛대다. 까여 본 자만이 아는 촛대뼈의 세계가 있는 것이다. 괜히 멀쩡한 정강이를 한 번 어루만져 본다. 어쨌거나 희한하게 생긴 바위도 구경하고, 오래된 군대 시절의 기억도 소환했으니 이 또한 명랑 여행을 위한 멋진 순간이었노라 기억한다. 홀로 떠나는 여행자는 늘 그렇다. 근사한 풍경을 만나면 좋은 사람이 생각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누군가에게 먹이고 싶어지고, 혼자 보기 아까운 풍광 앞에 서면 꼭 이런 생각을 한다. '다음에는 좋은 사람이랑 다시 와야겠다.' 혼자 떠나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 왔기에 누군가의 소중함을 더 선명하게 느끼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바다는 넓고, 하늘은 높고, 바람은 시원하고 인생 뭐 별거 있나. 원래 후기 따위는 쓰지 않는 인간. 조목조목 따져야 직성이 풀리는, 이른바 컴플레인 대마왕. 그런 50대 아저씨를 기어이 모니터 앞에 앉혀 놓고 장문의 후기를 쓰게 만든 여행. 생일을 핑계로 혼자 훌쩍 떠나고 싶은 사람, 좋은 사람과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서 점수 좀 따고 싶은 사람, 기차도 타고 바다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하루쯤 호강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선택하시라. 좋은데 가서 좋은 풍경 보고, 맛있는 것 먹고, 호강하고 돌아오는 것. 거기다 노란 점퍼의 착한 병아리 같은 가이드까지 옆에 차고 다니면 좋은 여행이되는 것이다. 그리고 투어 가이드는 병아리 같아야 한다. 가이드가 늑대 이거나, 여우 같아서야 어디 마음 편히 여행을 다닐 수 있겠는가. 100년 만에 작성하는 여행 후기를 이쯤에서 마무리.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이상. 땡큐베리감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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