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서울사는 언니가 고창 선운사와 영광 불갑사를 다녀와서는
꽃무릇에 관한 글을 하나 가족 홈피에 올려놓은 걸 보았는데
그 이후로 꽃무릇이란 꽃이 도대체 어떤것인지 무척이나 보고 싶고 궁금했었습니다.
꽃이 피는 시기가 9월 10일에서 20일 사이라고 하길래 꼭 한번 가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마침 주말여행클럽에서 그러한 내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선운사 꽃무릇 즐기기" 프로그램이 나왔데요.
얼씨구나 얼른 신청을 하고는 설레임을 억누르며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지요.
꽃무릇 또는 석산 이라고 불리는 이 꽃은
잎과 꽃이 서로 한번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를 그리워만 하는 꽃이라 하여 상사화로도 불린다고 합니다.
좀 슬픈 꽃이지요?
홀로 일생을 살아야하는 스님들의 신세라 하여 중무릇 이라고도 한다네요.
상사화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전에 내가 알고 있었던 상사화는 연보라색 상사화로 영주 부석사에서 몇 포기 구경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잎과 꽃이 서로를 만나지 못하는 신세의 상사화들이 몇 종류나 된다고 합니다.
어제 내가 본 상사화인 꽃무릇은
꽃이 지고 서리가 내릴때 쯤 싹이 돋아 겨울을 지내고
그 싹이 무성히 자라다 6월이 되면 갑자기 시들어 죽는답니다.
그러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9월이 오면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던 곳에서 꽃대 하나만 외로이 올라와 핏빛의 비상하는 나비형상의 꽃을 피운다네요.
그리움이 진하여 그런 핏빛깔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선운사 들어가는 초입에서 부터 도솔암 암자 올라가는 길 숲속 나무아래 응달진 곳에 정말 우리 언니 표현을 빌리자면 "미친 듯이" 피어있더군요.
꽃이 피긴 하지만 열매는 맺지 못하는 정말 슬픈 꽃이랍니다.
"아주 오랜 옛날 산사 깊숙한 토굴에서 용맹정진하던 젊은 스님이 있었다.
그러던 9월 어느 날 소나기가 장대처럼 내리던 날 스님은,
불공을 드리러 왔다가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한 여인에게 한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수행도 멈추고 가슴앓이를 하던 스님은 석달 열흘만에 상사병으로 피를 토하고 죽었고 쓰러진 곳에서 붉은 꽃이 피어났는데 바로 그 꽃이 상사화라고 한다."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서로를 그리워 하지만 만날 수 없는 숨바꼭질 같은 사랑을 '상사화 사랑' 이라고 한다나요?
고창은 참 좋은 관광자원을 많이 가진 멋진 고장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운사 가기전에는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학원농장에도 들렀었는데
17만평 넓은 농장중에서 4만평이나 되는 메밀꽃밭을 조성해 놓았습니다.
한창 만개하는 메밀꽃들로 인해 그 곳은 온통 흰 눈 내려쌓인 하얀 들판이 되어있었습니다.
메밀꽃밭은 달밤에 보아야 제 맛이라지만 맑은 초가을 햇살아래 보는 기쁨도 만만치 않던걸요.
봉평에도 가보았지만 메밀꽃밭으로만 치자면 결코 뒤지지 않는 멋진 풍경을 보여주었답니다.
그 곳 농장에서 달코롬한 복분자 술도 한 병 사고 타박네 고구마도 한 통 사와서 맛있게 먹고 있답니다.
선운사에는 그전에도 여러번 갔었지만 그때마다 절만 휘둘러보고 뒤안의 동백숲에다 눈인사만 하고 오곤 했는데
어제는 꽃무릇을 즐기느라 도솔암까지 올라갔다가 내원궁에서 아름다운 조망을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손을 건네면 닿을듯한 거리에 낙조대가 보이데요.
올라보고 싶었지만 시간관계로 가보지 못해 안타까웠답니다.
얼마전 절찬리에 끝난 대장금 촬영을 여기서도 했다고 하네요.
장금이 엄마 무덤이 바로 용문굴이며 최상궁이 죽음을 맞은 곳이 낙조대라고 합니다.
낙조대에서 서해의 일몰을 보면 그렇게 환상적이라는데...
언젠가는 낙조대에서 서해의 일몰 보기도 꿈꾸고 있는 중입니다..
얼른 그런 기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고 가는 여정은 가을 수확의 풍요로움을 우리에게 그대로 보여주었고
바라보는 내 마음마저도 넉넉하고 풍요로워졌답니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주말여행클럽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이 동참하고 싶습니다.
다음 여행을 꿈꾸며 다시금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하는 요즈음입니다.
가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