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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랑은 열차타고 | 등록일 | 14.10.28 | 조회 | 3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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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분식가게를 애들 엄마랑 수년째 운영하고 있다. 먹는 장사고 소규모로 하다보니 휴일도 없이 매일 일을 하여야 하고 남들은 휴일이라고 어딜 놀러 가고, 누구랑 여행간다고 할때 늘 부러웠다. 손님중에 우리 사정을 잘 아시는 분은 가끔식이라도 휴일을 가지고 여행도 다니라고 하신다. 우리도 그러고 싶었지만 여태껏 맘대로 안되었다. 한 지인은 대구여행자클럽을 소개 해 주셨다. 우리도 벼루고 있는데 전화를 걸어 주는 바람에 애들 엄마하고 전에 부터 가고 싶었던 기차여행도 할 수 있고 자연도 볼 수 있는 태백코스로 급예약을 하였다. 10월 12일 일요일 이른 아침 하늘은 비가 올 듯 흐렸지만 긴긴 시간동안 벼루고 벼뤄서 큰맘 먹고 하는 여행인지라 설레는 내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성서 홈플러스앞에 도착했을때 여행차림의 수많은 인파에 놀라고 줄지어 들어오는 관광버스에 이런 세상이 있었구나 싶었다. 이상정 가이드님의 전화로 우리부부는 차에 오를때 또 다른분들이 반갑게 인사해 주시니 들뜬 기분은 더욱 업되네. 해바라기 같은 환한 미소 가득한 얼굴로 통통튀면서 예쁜 목소리로 우리를 편안하게 여행안내 해 주시던 이상정 가이드님이 아직도 선하다. 버스는 춘양역에 멈췄다. 여기 하늘은 하얀 구름이 높이 있는 가을 하늘로 상큼하다. 그토록 오고 싶었던 곳이다.T.V 에서 산골 간이역을 소개하는 것을 보면서 체험해 보고 싶었다. 설레는 내 가슴을 실은 무궁화호가 춘양역을 서서히 뒤로 한다. 우리 부부는 삶은 계란은 없지만 노란 밀감을 까서 서로 입에 넣어 주고 음료수도 하나를 둘이 같이 마셨다. 나는 애들 엄마한데 이렇게 모든걸 잊고 나오길 잘 했다며 지난 시절 이야기도 나누고 손을 잡으면서 이제 가끔씩 이라도 여행하자고 했더니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고 허리를 안는다. 거의 절벽에 가까운 양쪽 산사이로 계곡을 만들고 그 옆으로 좁은 기찻길을 겨우 만들었다. 직선과 빠름의 세상만 쫓다가 기차머리가 수시로 보이고 천천히 지나는 자연은 나에게 여유라는 선물을 주는구나. 맑은 물빛이 보이는 계곡따라 걷고 싶고 머물고 싶다. 반대쪽 산밑으로 가끔 보이는 집들은 복잡한 세상과는 아무런 상관 없다는 듯 평화로와 보인다. 요즘과 같이 스피드시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아놀로그 세상이구나. 태백으로 가는 도중에 승부역이 인상에 남는다. 역 주변에 민가도 보이질 않고 정말 땅도 3평 하늘도 3평쯤 돼 보이는 조그마한 간이역인데, 개구리가 우물속에 있는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 정감가고 다시 한번 찾아 가 보고 싶다. 소나무숲이 멋있다고 느낀것이 처음이다. 쭉벋은 큰키에 붉은 빛이 나는 소나무 숲 속에 들어 가고 싶었다. 우리 기차여행은 철암역까지였다. 구문소를 관람하고 황지연못, 검룡소, 용연동굴 등을 다니면서 우리 부부는 연애시대로 돌아 갔다. 평소 대구 길거리에서 손잡고 다니질 않았는데 손잡고, 팔짱끼고 젊은 연인처럼 다니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같이 살아 오면서 너무 한길만 보고 있었나보다. 똑같은 일상에서 조금도 바뀌면 안될줄 알았는데 조금만 벗어나니 여유로움이 있고 호사도 있었네. 우리 부부의 처음하는 열차여행에서 사랑과 행복을 발견했다. 올 가을은 우리 두사람의 또 다른 삶의 전환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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