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오늘도 어김없이 교차*와 벼룩** 일일신문을 챙겨들고 주말엔 어디갈까?? 여행계획을 세운다.
가면 더욱 좋고 못가면 못가는 대로 보는 눈요기만으로 이미 좋은 여행지에 다녀온 느낌이다.
바야흐로 눈의 계절인 겨울에 눈꽃축제의 향연 속으로 태백산과 대관령이 나를 미소짓게 하고 있었다. 주.말.여.행.클.럽.은 타 여행사보다 만원이나 저렴하면서 같은 곳을 테마여행지로 잡고 있었다.
어쩐다...둘 다 가고 싶은데~~
눈꽃축제는 하나만으로도 족했지만 사실 안 가본데가 너무 많은 나로서는 모든 곳이 다 가고싶었다. 만원이나 저렴하다고 해도 강원도쪽 여행이라 경비가 만만치 않은건 사실이다.
그것도 난 그 두군데 다 가고 싶으니...
태백산 눈꽃축제**
그래도 가.기.로. 결정했다. 다른 곳에서 절약하면 얼마든지 이 여행은 떡을 칠 일이다.
언제나 여행이란 즐겁다. 특히 이렇게 멀리 갈땐 모두 곤히 잠든 새벽부터 일어나야 하는 불편도 감수하면서 말이다.
뭐니뭐니 해도 단체 여행에선 시간엄수가 필수다.
혹시나 늦으면 찍힐텐데 벌써 출발했으면 어쩌지?? 하고 제 시간에 도착해도 조바심이 난다.
마지막 집결지인 성서 홈플러스 여행객들까지 다 태운 버스는 여행의 기대로 가득찬 사람들, 지루한 시간을 위해 만화영화를 보거나 졸린 잠을 청한 사람들...을 그 먼 길을 한달음에 태백산으로 초대한다. 가이드님의 설명대로 매년 갈 때마다 입구서부터 밀린다더니 과연 그러했다. 한 두번 축제를 여는 것도 아닐텐데 강원도 당국은 뭐하는 걸까?? 동계 올림픽을 개최할 뻔한 나라에서...개최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 코 앞이 축제장인데 엉금엉금 거북이 걸음을 하는 버스와 승객들은 답답하다. 하지만 4시간을 내리 달렸는데 이럴 때 더욱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야지...
자~~~이제부터 나눠준 주말여행클럽 뺏지를 가지고 각자 흩어져 자유여행을 즐긴다.
#1 눈꽃축제장
이 여행에서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던건 축제 첫 날 방문할 수 있었다는 특권이었다. 토요일이지만 주 5일 근무제로(아닌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은 더욱 많은 인파와 그들을 태운 버스들로 가득차 있었다. 커다란 빙산같은 것을 지나 축제장... 유난히 따뜻했던 올 해 겨울 축제장 이름과는 달리 눈꽃은 어디서고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하산을 하는 등산객들도 많았지만 태백산 자락의 눈도 거의 녹아 보였고, 햇살은 너무 눈부셔 얼음조각들이 녹아 내릴까 걱정될 지경이었다. 스핑크스 눈조각과 12지간지 얼음조각, 이글루 까페체험, 거기다 눈썰매와 개썰매까지 다음 주 떠난 대관령과 비교해 작은 얼굴에 눈코입이 다 붙어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나 해야할까??
#2 태백 석탄 박물관
한국 석탄 산업의 변천사와 석탄의 역사적 사실들을 한데 모아 놓은 세계 최대의 석탄 전문 박물관...이라는 말 그대로 1전시실부터 8전시실까지, 그리고 야외전시장까지 우리나라 석탄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시간관계상 탄광갱도를 실제상황과 가깝게 연출한 곳으로, 특수효과를 이용해 갱이 무너지는 모습까지 관람할 수 있다는 8전시실은 구경할 수 없었다.
#3 황지연못
길이 525㎞의 낙동강 발원지로, 《동국여지승람》, 《척주지》, 《대동지지》등에서 낙동강의 근원지라고 밝혀 놓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면 무척 실망할 뻔한 곳이다. 그냥 평범한 공원 연못이나 다를게 없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리 작아도 그 전설이나 유래를 알고나면 좀 생각이 달라지곤 하는게 사실이다. 좁은 땅떵어리에 중국처럼 거대한 연못을 상상한다는 거 자체가 잘못된 거니까.
어딜 가나 연못엔 동전 던지기가 유행이다. 사람들이 트레비 분수처럼 소원을 빌며 던진 동전들이 연못에서 반짝거린다.
#4 구문소
구문(求問)은 구멍·굴의 옛말이며 ‘굴이 있는 늪’이라는 뜻을 나타낸다고 한다. 강이 굴을 뚫은 연유에 대한 전설이 많지만 이 곳이 석회지대인 걸 알면 황지천이 아주 오랫동안 석회암을 침식시켜 큰 구멍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날이 따뜻해지면 구문소 경관이 더할나위 없이 멋지다고 하는데 그 곳을 지나다니는 차들이 너무 쌩쌩 다니는 바람에 겁도 나고 제대로 구경하기도 힘들었고 우리나라 유산을 방치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대관령 눈꽃축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관령 드.디.어 가게됐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남자아이와 이름을 정확히 밝힐 수 있는 여자아이의 어른 뺨치는 아홉살 첫사랑 영화를 보다보니 어느 새 대관령이다.
전국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곳 답게 역시 대관령은 같은 강원도라도 태백산보다 더 많은 눈을 볼 수 있어 눈이 즐거운 곳이었다.
#5 눈꽃축제장
태백산보다 더 규모가 컸고, 거의 얼음꽃에 가까웠지만 눈꽃도 볼 수 있어 소원하난 이룬 셈이다.
태백산에서도 본 12지간지 얼음조각, 비료포대로 즐기는 눈썰매와 개썰매... 여기서도 또 보니 반갑고 새로웠다. 태백산처럼 큰 이글루 까페가 아니라 정통 이글루가 있었고, 겨울에 사람이나 물건을 싣는 기구라는 발구에서 소가 끈다는 의미의 소발구 체험도 이색적이었다.
#6 황태덕장
남한에서는 황태덕장의 원조나 다름없는 대관령의 황태덕장은 11월이면 통나무를 이어 덕장을 만들고 12월이면 온통 황태밭으로 변하게 된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비린내가 좀 나긴 했지만 덕장에 널린 빼곡히 쌓인 황태를 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덕장보다 그 주변 설경에 더 감탄해하며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을 뒹굴고 뛰놀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7 삼양 목장
마지막으로 대관령 하이라이트 삼양 목장.
대관령에 오면 당연히 방목해 놓은 면양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사실 그것때문에 여기까지 온건데 전날 눈보라가 치는 날에도 방목했다던 양을 오늘은 풀어놓지 않았다.
너무 아쉬워서 억울하고 분하기까지 하다.
옆 좌석 여행객들은 어제 눈보라속에서 감기몸살 걸린 모양이라며 면양을 걱정하고 있다.
그 녀석들도 살아있는 생명체인데 그 날씨에 아프기도 하겠지...
그래도 흑흑흑.너무 보고 싶었는데...ㅜ.ㅜ 풀도 직접 먹여주고 싶었는데...
가을동화, 연애소설, 여친소, 태극기 휘날리며, 중독 등...수많은 영화들이 대관령만의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경치를 담아내었고 그 광활한 목장을 누비며 영화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 다니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점심시간 포함해 1시간 50분~~!!
면양을 보는 대신 1단지 타조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며 가을동화 은서 준서 나무와 연애소설 차태현 나무를 찾으며 위로 향할 수록 바람은 어찌나 불어대든지 모자위에 패딩코트 모자까지 겹쳐쓰고도 칼바람을 막을 수가 없었다.
대관령이 넓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시간은 촉박하고 대관령는 너무 넓었다.
동해 전망대까지 간다는 건 꿈도 못꾸고 풍력발전지까지만 아쉽게 만족해야했다.
이만큼 올라온건 그렇다 치더라도 돌아갈 일 또한 태산이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50여분...점심먹을 시간도 없다. 가을동화 촬영지도 아직 못봤는데...
다행히 내려가는 길은 가속도가 붙어 생각보다 빨리 내려올 수 있었고 여기까지 왔는데 비료포대로 무섭게 내려오는 눈썰매도 즐겼다. 가을동화 촬영지도 기어코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에필로그
주어진 시간은 짧고 볼 곳은 많고 점심도 제 대 못먹어가며 전투적으로 즐기던 여행...
무엇보다 대관령에선 1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이렇게라도 아니면 그 먼 강원도를 어떻게 여행할 수 있을까??
세상 정말 많이 좋아졌다. 당일코스로 강원도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중앙 고속도로가 뚫린 것에 감사해야 되고 눈길에 안전운행 해주신 기사님과 언제나 좋은 테마여행을 준비하는 주말여행팀에게도 감사할 일이다.
앞으로도 무궁한 발전과 멋진 여행을 준비해주시길 바라며...
모두 설 잘 보내세요~~~~그리고 또 다른 여행지에서 뵈어요~~~~^^*
태백산 2005.1.22.토
대관령 2005.1.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