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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달리고 또 달린 남도 여행 | 등록일 | 08.10.13 | 조회 | 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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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마나 오랜만에 함께 가는 여행인지.... 우리 향기로운 백자모임에서 야외로 가가기를 몇 번이나 계획했다가 날씨탓, 이러저런 이유탓으로 떠나지 못하였는데, 이번 여행은 별 탈 없이 떠나게 되었다. 그것도 서울 팀, 구미 팀, 양산팀, 대구 팀 한 명도 빠짐없이 참석하였으니, 더더욱 기분이 좋았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6시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데 휴대폰 벨이 울린다. 구미팀이 벌써 버스 탑승 장소에 도착했다고 전화가 온다. 어슴프레하게 밝아오는 새벽 시간의 공기는 맑고 청량했다. 차를 몰고 집합 장소로 달리는데 양산팀도 도착했다는 전화가 온다 서울팀은 어제 저녁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받았으니 펑크 내는 친구가 아무도 없고 오늘 여행은 행복한 시간이 될거라는 예감이 든다. 우리가 타고 갈 차에 오르니 회원들 속속 도착하여 정각 6시 30분이 되자 버스는 어김없이 출발했다. 어제 저녁 늦게까지 모임을 가졌던 Y님은 졸린 모습이었고 서울에서 어젯밤 에 내려 온 H님과 0님은 오랜만에 만나니 더욱 반갑고 좋았다. 수성동의 J님 화사한 꽃무늬 셔츠가 달덩이 같은 얼굴을 더욱 화사하게 하여 버스 안에 밝은 빛을 뿌러주는것 같았다. 오랜만에 만난 벗들과 담소도 즐기고 차창 밖 황금빛 들판과 흰구름 두둥실 떠가는 푸른 하늘을 내다보며 가다보니 어느덧, 문성휴게소에 도착하여 우동과 김밥으로 아침을 간단히 대신하였다. 오늘 여행 일정이 빡빡하여 마음이 급했다. 다시 버스에 올라 조는 사람은 졸고, 옆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0시 30분 보성 녹차밭에 도착하였다. 보성 녹차밭 입구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건 하늘로 향해 쭉쭉 뻗어 오른 삼나무 길이었다. 삼나무를 볼 때마다 느끼는건 세월이나 기후의 악조건에도 끄떡없이 저리 곧게 하늘로 키를 키울 수 있는 삼나무의 속성이 부럽다는 생각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굴절되고 반사되는 내 마음을 생각하면 저런 곧음의 속성을 지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하늘은 푸르고 그 하늘 아래 펼쳐진 가을 녹차밭은 단풍들지 않고 그대로 푸르름을 반사하고 있었다. 봄 날 투명한 연두빛이 한여름의 햇볕에 두터워져서 짙은 녹색의 긴 이랑을 이루었고 그 위로 가을 햇볕이 쏟아져 초록빛을 내뿜고 있었다. 군데군데 하얀 꽃잎에 노란 수술을 단 녹차꽃도 눈에 띄었고 녹차밭 사이로 난 곡선의 길 위로 여행객들이 한가롭게 걸으며 푸른 녹차밭을 구경하고 있었다. 세상을 살며 자의든 타의든 목에 건 무거운 멍에를 풀어놓고, 푸른 녹차밭 빛깔에 멍에의 무거움과 일상에서 참아온 서러움과 좌절들을 용해하고 있었다. 걷는 걸음걸음 여행객들은 본래의 청정한 자신으로 돌아가고 있는듯 했다. 이리저리 녹차밭 사이를 거닐며 사진도 찍고 하늘도 쳐다보고 긴 녹차밭 고랑에 눈길과 마음을 주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후딱 지나가고 버스에 올라야 할 시간이다. 계속 시간에 압박을 받다보니 마음이 푸근하지는 않았다. 여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은데.... 다음 일정은 순천 낙안읍성이다. 낙안읍성에는 전에 몇 번 온 곳이어서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은 아니지만 여행 패키지에 묶여 있으니 어쩔수 없이 온거다. 더구나 남도음식 축제가 이 곳에서 열리고 있으니, 고즈넠한 읍성의 풍경은 사라지고 왁자지껄한 난장판이었다. 옛날에 사용하던 농기구들과 생활상을 보여주는 전시관을 훑어보고 그 자리에서 버무려서 판매하는 갓김치가 먹음직스러워 Y님의 제안으로 갓김치 8봉지 구입하여 한봉지씩 나눠 가졌다. 참 좋은 모임이다. 집에 갈 때 들고 갈 선물 보따리까지 마련해 주니 말이다. 소란스런 축제장을 벗어나 버스에 올라타 순천만으로 향했다. 순천만에서 주어지는 시간은 1시간 10분, 탐방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순천만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용산 전망대까지 다녀오기는 턱도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갈대밭 목재 탐방로만 거닐다 오기에는 이 먼 거리를 달려온 우리는 너무 억울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용산전망대까지 가야한다. 옆에 앉은 H님과 머리를 짰다. 순천만 다음 코스는 가지 말고 이 곳에서 여유롭게 탐방하고 버스 있는 곳으로 택시로 이동하던가 하자고... 그러나 몇몇 친구가 드라마 세트장도 꼭 가봐야 한다고 했다. 가이드는 시간을 꼭 지켜야 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가다가 30분이 경과하면 바로 뒤돌아서서 버스로 오란다. 버스 기사아저씨도 가세하여 시간되면 바로 떠나겠다고 한마디 거든다. 우리 벗 8명은 의미 있는 눈짓을 주고받고는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재빨리 내려서 달리기 시작했다. 탐방객들이 많아 속도를 내어 달리기도 힘들었다. 요리조리 피해가며 생태전시관, 야생화 식재장소를 지나 습지로 접어드는 아치형 다리를 지나면서 주위를 훑어보니 작년 9월에 왔을 때 보다 갈대는 키가 더 크고 갈대꽃이 피어서 이제 막 누런 빛깔로 변해가려하고 있었다. 갈대 아래 드러난 습지는 날씨가 많이 가문 탓인지 많이 말라 있었고 습지에 살고 있는 작은 생명들의 숨구멍이 뿅뿅 뚫려서 갈증을 호소하고 있는듯 했다. 습지의 생명들에게로 향한 무한한 마음을 거두고 다시 달리고, 와중에 사진도 몇 장 찍고 또 달렸다. 따라오지 못하리라고 예상했던 우리 벗 몇 명도 숨을 헐떡이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뛰어왔다. 헐떡이는 친구들 한 장면 찰칵하고 또 달렸다. 드디어 순천만과 인접한 용산 아래에 도착했다. 뜨거운 눈으로 올려다 보니 올라가는 계단이 얼마나 높고 가팔라 보이던지, 그러나 어쩌랴 지금까지 달린것이 아까워서도 전망대까지 갔다 와야만 한다. 가파른 계단을 8명의 여전사들이 힘차게 걸어 올라갔다. 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걸었다. 목계단이 끝나고 한참의 오르막을 걸어 올라 오른쪽으로 전망이 보이는 곳에선 선택의 여지도 없이 카메라 셔터 두어번 누르고 또 달렸다. 전망대는 멀었는데 시간은 30분이 경과했다. 돌아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냥 전진했다. 다른 벗들도 전진했다. 전망대 100m지점이라는 푯말이 나왔다. “그만 돌아갈까?” 하니 다들 가자한다. “그래 가보는 거야. 돌아올 때는 내리막이니 계속 달리면 시간안에 도착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뛰다보니 전망대가 거짓말처럼 눈 앞에 나타났다. 눈 앞으로 아름답고 광활한 순천만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완벽한 S라인 물길과 둥근원의 풀밭, 황금빛 들판, 붉은 칠면초 군락지, 멀리 소나무가 있는 작은 섬도 보이고 그 너머로는 산들이 둘러쳐져 완벽한 생태습지를 이루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생명들 보다 보이지 않는 여린 생명들을 더 많이 품고서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동안 이 곳을 찾는 탐방객들에게 말없이 생명의 존귀함과 숨결을 느끼게 해주는 곳, 잠시 동안 뜨거워지는 가슴과 눈길로 넓게 펼쳐진 습지의 생명들의 숨결에 귀를 기울였다. 함께 온 벗들도 모두 감탄했다. 무리를 해서라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전망대에서 사진 몇 장 찍은 벗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돌아서서 또 뛰기 시작했다. 나는 뒤에 남아서 순천만의 가을 오후 풍경을 두서없이 몇 장 담고서 뒤따라 달렸다. 신발이 편치 않아 자꾸 미끄러졌지만 죽을힘을 다해 뛰다 한숨 고르고 또 뛰고 했다. 가문 날씨 탓에 오솔길은 온통 뿌연 먼지로 뒤덮였다. 용산의 마지막 내리막 목 계단을 내려서니 아래에는 많은 탐방객들로 붐벼 달리기도 힘들었다. 걷다 뛰다 피해가며 계속 뛰다 보니 어느새 아치형 입구 다리에 도착하고 거의 시간에 맞춰 도착할 것 같았다. 전화벨이 울려 받아보니 가이드였다. 1분 안에 도착한다고 하고 달려서 버스 있는 곳에 도착하니 3분 초과되었다. 그런데 뒤에 따라오던 2명의 친구가 오질 않는다. 흠뻑 땀에 젖은 몸으로 버스 앞에 기다리고 있자니 마지막 두 친구도 도착하였다. 화장실에 갔다 왔다 한다. 가이드에게 미안하다 하고 용산에 올라가 멋진 순천만 보고 왔다 하니 처음엔 믿지 않았다. 사실이라 하니 깜짝 놀라며 여태까지 이 코스에 오는 동안 한 시간에 용산까지 갔다 온 사람은 없다 한다. 버스에 올라타 다른 여행객들에게 용산 갔다 온 이야기를 알리며 우리 팀을 여군출신이 아니냐며 물었다. 모든 여행객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가이드는 앞으로 순천만 안내를 할 때 “달려서 가면 용산 전망대까지 갔다 올 수 있다”고 안내하겠다 한다. 나도 참 놀랐다. 우리 친구 7명들이 이렇게 용감한 아줌마들인지 몰랐다. 처음 달릴 때는 서너명 정도는 끝까지 가도 나머지는 중도에서 그만둘 줄 알았다. 그런데 한명의 포기자도 없이 모두 용산전망대까지 가서 전망을 보고 왔으며, 정해진 시간에서 그리 오래 지체되지 않고 도착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의 친구들이 자랑스러웠다. 20년 전 같은 아파트를 분양 받아 살면서 인연을 맺은 우리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시간이 지나도록 우리들의 믿음과 우정은 두터워져 함부로 꺼내놓기 힘든 속에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할 수 있고 흉 없이 받아주는 사이가 되었다.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는 모두 이사 나왔고, 서울로 구미로 양산으로 뿔뿔히 흩어졌지만 우리는 매달 한 번씩 만나 맛있는 음식도 먹고 남편 흉, 아이 흉도 보고, 친구 집 좋은 일엔 우리집 일처럼 축하해 주고 슬픈 일에는 함께 슬퍼해주는 좋은 이웃이 되었던거다. 소중한 친구들.... 뒤에 남은 드라마 세트장을 여유롭게 돌아보며 우리의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2008년 10월11일 가을 시간을 행복한 추억의 장을 만들어 준 함께 한 소중한 친구들, 고맙고 행복했어요. 함께 오래 건강하여 이 세상에서의 시간을 아름답게 꾸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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