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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제목 늦가을 내설악의 정취 등록일 04.11.09 조회 640
시월이 다 갈쯤, 아니 가을의 단풍이 퇴색되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서둘러 늦은 단풍구경을 떠나기로 했다. 올해는 기온차가 커서 설악산의 단풍이 여느해 단풍보다도 아름답다며 매스컴에서 떠들어 대도 너무 멀다는 이유만으로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설악산이라... 고등학교때 수학여행으로 가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 10년하고도 몇해가 더 흘렀다. 중앙고속도로가 뚫리며 시간이 많이 단축 되었다지만 막연히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다.
가을에 들면서부터 단풍구경 가자며 졸라대던 동생과 친구, 이렇게 셋이서 행선지를 찾았다. 우리들처럼 늦게나마 단풍을 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몇군데의 여행사에선 이미 예약이 끝나 버렸단다. 우연찮게 신문을 뒤적이다 설악산 그것도 호기심 생기는 백담사을 발견하고 망설임없이 결정했다.

이른 일요일 아침, 평소같으면 단잠에 빠져있을 시간이라, 잠으로 무거운 몸을 일으키긴 했지만 마음만을 설레고 들떴다. 전날 준비해 두었던 간식거리를 챙겨들고 출발지로 갔다. 6시에 가까웠지만 밖은 아직 어두웠다. 그러나 그곳엔 등산복차림의 여행객을 많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하고 우린 잠자기 좋은 자리를 골라 잡았다. 마지막 출발지를 떠날때 쯤엔 전 좌석이 사람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간략하게 여행일정을 듣고, 주최측에서 마련한 뜨끈뜨끈한 백설기를 손에 쥐니 그 무엇보다 반가웠다. 날도 쌀쌀했고 우리 모두 빈속이었던터라^^

가는 도중 영화 tomorrow를 보여 주었다. 환경파괴에 의한 지구 온난화, 그래서 빙하가 녹고, 우박이 떨어지고, 해일이 일어나는, 실감은 나지 않지만 끔찍한 영화였다. 많은 사람들이 자각하고 후손들의 터전이기도 한 지구의 환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내설악에 들어서자니 일행 중 한분이 숲이 우리에게 주는 값어치며, 해마다 많은 삼림이 사라지고 있다는 등 환경의 중요성과 심각성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해 주셨다. 5시간 남짓 결려 백담사 입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절로 환호성이 나왔다. 시내와는 사뭇 다른 공기며, 쏟아지는 햇살을 받은 단풍들의 찬란한 빛깔들…
그곳엔 막바지 단풍구경을 하러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절까지 여러대의 미니 버스가 관광객들을 실어나르고 있었는데, 왕복 4천원의 거금을 내고 15분쯤 걸리는 거리를 한시간 남짓 줄서 기다려야 했다.
구절양장같은 좁고 꼬불꼬불한 길은 깊은 계곡으로 하여금 스릴을 만끽하게 했다. 이제는 퇴색의 길로 접어드는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단풍든 산의 정취는 아름다운 병풍을 둘러놓은 듯했고, 맑고 투명한 계곡엔 불고기 떼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다.

백담사 입구에 내리고 보니 절 앞 개울을 가로지른 수심교위에는 관람을 마친 관광객들의 행렬로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백담사 하면 누구라도 전두환 전 대통령을 기억할 것이다. 1988년 11월 말부터 2년을 그곳에서 은둔생활 했단다. 덕분에 절까지 들어오는 길이 포장되었고, 큰 비만 오면 떠내려 갔다는 허술한 다리대신 튼튼한 콘크리트 다리도 만들어 지게 되었다.

예로부터 잦은 화재로 인해 여러번 절을 준공한 때문인지 옛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백담사앞을 흐르는 큰개울이었다. 개울가엔 관광객들이 저마다의 소원을 빌며 쌓아놓은 무수한 돌탑들이 가득했다. 이에 우리도 지지않을 듯 각자의 소원을 빌며 돌탑을 쌓았다.

얼마전 우리의 에니메이션 ‘오세암’을 감명깊게 봤는데, 그의 근간이 된 암자 또한 백담사 주위에 있는 곳이란다. 그리고 중요한 것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민족정신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절안에 이분의 기념비가 서 있었다. 그곳 화엄당에서 그 유명한 ‘님의 침묵’을 탈고 했고, 그런 그곳에서 전두환 전대통령과 이순자여사가 거처했단다. 문득 그 당시 전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 버스 기다리는 시간보다 걸어 내려오는게 더 빠를 것 같아 1시간 반쯤 걸었는데 역시 잘했구나 싶었다. 설악의 정취를 가까이 접할 수 있어서. 여기서 재충전하고 얻은 에너지로 앞으로 몇달은 버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로 돌아오는 길, 만해 기념관을 마지막으로 관람하며 다시 한번 그분을 생각하고 벅찬 가슴으로 이번 가을 여행을 마무리했다. 교통체증으로 2시간여 시간이 더 지체되어 도착했지만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추신 : 그때 같이 가신 분들 잘 계시죠? *^^*
            대명동에서 글 올립니다.